도와 주세요.
작성 2004-04-13T21:13:54 (수정됨)
전 03학번, 별빛에선 아직 새파란 나이 입니다.(맞죠? 맞죠?;;)<br />
겨우 20 여 년 살았는데 힘겨움을 느낀다면 겉늙은 것일까요. 생색 내는 것일까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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군대에서 뺑이;치다 허리를 조금 다친 저의 오빠가 어느 날 유난히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.<br />
물론 평소에도 조금 씩 아프다고는 하긴 했지만 정말 많이 아팠나봐요.<br />
걔 원래 그런 건 부모님께 절대 말씀 드리지 않는데.. 전화해서 많이 아프다고 했더니<br />
부모님께서는 경북 울진에서 인천까지 당일 날 올라 오셨습니다.<br />
(대략 6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 됩니다.)<br />
그 게 바로 이틀 전의 일이네요.<br />
더 오래 된 것 같은데..<br />
어쨌든오빠는 우선 다음 날 인하대 병원에 입원 시켰고 부모님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지내셨습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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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그 결과가 오늘 나왔는데.. 바로 다음 날인 내일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<br />
결론이 나왔나봐요.<br />
아까 엄마한테 전화 드려 보니 그렇게 말씀 하시더군요.<br />
크게 수술해야 하냐고 여쭈어 보니까<br />
예전에 우리 아빠가 하셨던 수술(6시간에 걸친 수술이었습니다.)과 비슷한 범위 그리고 비용이 들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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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문제는<br />
몇 달 전부터 아빠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거예요.<br />
우리 아빠가 다리가 많이 좋지 못하셔서 장애 판정을 받으셨는데<br />
몇 년 전에 수술을 하시고 재수술을 하시는 시기가 임박해 오던 지라<br />
집 안에서는 틈틈히 아빠의 수술비를 모으는, 뭐 따로 돈을 모으든 돈을 아끼든.<br />
암묵적인 노력이 서로간에 있었답니다.(대략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정도였어요.)<br />
그런데 그 노력에 더욱 더 채찍질을 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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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으로 가난이라는 단어가 진실로 진지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.<br />
솔직히 힘들어요.<br />
제가 종교는 없지만 예전에 잠시 몸 담았던 하느님이란 존재에게 기도라도 할까 생각 했습니다.<br />
하지만 거의 기웃거리듯 믿었던 비열함에 스스로 자존심 상함, 그리고 평소에 가져 왔던 신에 대한 불신 등이 겹쳐<br />
..결국은 알량한 존심 하나로 기도도 잘 못 하겠네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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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저는요. 평소에 이런 마인드가 있어요.<br />
좋은 일과 나쁜 일은 겹쳐 온다.<br />
사실 개강 후 한 달 정도 동안은 정말로 즐겁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.<br />
물론 그 때도 생활이 즐겁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으며<br />
얼마 있지 않아 올 수도 있을 불행에 대하여 대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습니다.<br />
정말이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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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이건 아니예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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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약 그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응보적 관계라면<br />
저희 집이 이런 변을 당할 정도의 즐거웠던 일은 <br />
생각나지 않습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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뭐 좋은 일은 거의 끝날 즈음에 서서히 느끼고 나쁜 일은 한번에 금방 알게 되는 듯 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<br />
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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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현실로 돌아와서<br />
우리 오빠가 인하대를 다녀서 인하대 병원으로 갔는데요.<br />
일반실이 없어서 특실;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.<br />
뭐 같은 재단 소속 학생이라고 감면해 주는 게 있다고도 들었는데..<br />
꼭 그랬으면 좋겠네요. 그 감면 비용 정도는 따지지 않습니다 젠장.<br />
아빠는 결국 수술 시일도 미루신 듯 해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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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용도 비용이지만 <br />
아빠는 토요일 날 다시 오신다고 들었는데..<br />
다리가 불편하셔서 오래 앉아 있는 걸 잘 못하시는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오실 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.<br />
엄마는 아마 아들이 애기인 마냥 옆에서 극진 간호를 하실텐데..<br />
저도 입원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엄마가 얼마나 마음고생 하실 지 알고 있으니 더욱 더 마음이 아픕니다.<br />
그리고 제가 계속 물어봐서야 아프다고 말해주던 오빠놈도 옆에서 엄마 고생하시는 걸 보고 있으니 마음 아플거예요. 그리고 아빠 수술도 미루게 되었으니 참 마음 아플 것 같습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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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일은 오빠가 수술 하는 날이예요.<br />
병원에서 전화 오래 하면 좀 안 좋은 것 같아 자세히 물어보진 못했으나<br />
5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하더군요.<br />
저는 시험기간이지만 가 보려고 합니다.<br />
오빠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.. 그래도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.<br />
혼자 계신 엄마도 걱정 되고..<br />
눈요기 할 책이랑 옷 가지랑 세면도구라도 가져가야 겠어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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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는 게 녹록치 않네요.<br />
이럴 때 일수록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하는데 이것저것 심란합니다.<br />
알바도 다시 이것저것 구하고 있습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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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에.. 쓸까 말까 조금 망설여 졌어요.<br />
괜히 신경 쓰게 해 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.<br />
그런데요.<br />
저 이제 막내;는 아니지만ㅋㅋ;;<br />
어리광 좀 부려 볼게요.;_;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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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오빠 수술, 잘 될 수 있게 빌어 주세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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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족이 아프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이토록 아프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<br />
아마도 사춘기는 지난 모양입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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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가족들 손 이라도 한 번 잡아보는 것이 어떠신지요.<br />
그럼 좋은 밤 되세요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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