집으로 돌아오는 길에...
작성 2003-04-19T02:35:37 (수정됨)
낮부터 내린비는 저녁까지 이어지는가 싶더니 늦은 밤 길거리에 그 자취만이 무성하게 남았있다.<br />
오랜만에 빗줄기에 바지까지 흠뻑젖어 웬지 찝찝한 느낌이 가시질 않아 답답했는데...<br />
역에서 열차을 기다리는 동안 살며시 불어오는 강바람에 잠시 눈을 감았다.<br />
귀에서는 며칠전 새로 다운받은 이병우씨의 기타연주곡이 흘러나왔다. '흡수'...<br />
세상이 잠시 멎는 상태로 몸이 가벼워 지는것 같더니 가슴속에 시원함이 찾아들었다.<br />
이대로 하늘로 치솟아 날아갈 것 같은 기분... 순간 에니메이션 '마리이야기'속의 남우가 떠올랐고<br />
기타소리에 섞여 들리던 주위의 잡음도 한순간에 사라지고, 내 안의 자아도 바람을 타고 하늘로 <br />
올라가듯, 연주도 어느새 절정의 속도를 더하고 있었다. 아~ 이대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...<br />
잠시 동안이었지만... 아주 잠시동안... 현실속의 자아와 내면의 자아는 한순간에 그 벽을 허물고...<br />
바람속에... 귓속을 울리는 이어폰의 음파를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...<br />
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황홀감... 잠시 그렇게 눈을 감고 담배 한모금의 연기를 뒤로하며...<br />
서있었다. 어느틈엔가 주위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하나둘씩 다시 이어폰소리에 섞여 귓가를 <br />
자극해왔고. 감은 눈을 떴을땐 차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플랫폼을 올라오는 사람들로 주위는 다시<br />
소음의 쓰레기장이 되어있었다. 그 순간 어디선가 바람에 흔들리는 대숲의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...<br />
한순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뇌를 강하게 빗겨 갔다. 현실인가...?<br />
나는 여전히 현실속에 있지만. 때론 현실과 자아의 세계속에 작은 괴리가 그 사이를 늘여다 줄였다<br />
하며 순간 순간에 혼돈에 빠뜨리게 만든다. 남우가 결국 그해 겨울 자신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속의<br />
자아와 다시 만났던 것처럼 나 또한 언젠가 내 안에서 사라져 버린 과거속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...? <br />
기타 연주가 끝나고 들려왔던 그 대숲소리와 함께 불어온 바람에 눈을 떴을때 눈앞에 가로등과 서울<br />
의 야경은 나를 다시 현실로 데려다 놓았다. 대숲의 소리와 함께 맑은 피아노의 음율에 젖어 비에 젖은<br />
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는길... 불꺼진 집앞에 서서 또 다른 고독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앞에<br />
수십분 전의 그 짧은 순간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왔다. <br />
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듯, 함께 살고 있는데도 존재의 여부를 알기엔 삭막해진 주위의 공기가 더 없이<br />
건조하고 매말르다는 사실이... 무얼까...? 이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의 존재는...<br />
요즘들어 담배가 부쩍 늘었다. 필요없는 말도 늘어만 간다. 말을 줄여야겠다...<br />
일일이 떠들고 분출하고 한다고 해서 그 안의 공허감이 사라지는 것을 아닐텐데...<br />
말을 가려야 한다는 생각은 앞서지만, 막상 군중속의 고독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. 그것도 일종의<br />
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... <br />
웬지 오늘따라 그 말이 구차하게 느껴지기 보다 오히려 동정심에 젖게 만든다...<br />
별을 바라보는 그대들의 가슴엔 무엇이 담겨 있는가...? 문득 묻고 싶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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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s. 음악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<br />
http://myhome.hanafos.com/~fordes/absorption.wma<br />
embed가 안먹네... wma라 그런가..?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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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embed src=http://myfile.hanafos.com/~fordes/absorption.asf width=286 height=46 loop="1" autostart="true">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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