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주배경복사
작성 2009-03-28T12:47:15 (수정됨)
지난주 세미나(2009.03.21) 때 나왔던 질문에 대한 응답입니다.<br />
제가 기억이 잘 안나서 잡음을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았는데, 그 원인이 알고보니 우주배경복사였다... 는 이야기를 하였었는데, 그 내용은 맞네요.<br />
저는 아마 '아름다운 우주스토리' 2권에서 그 내용을 읽었던 것 같아요.<br />
참고하시기 바랍니다.^^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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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주배경복사 - 우주 최고의 화석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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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V채널을 돌리다 보면, 혹은 정규 방송이 종료된 TV화면에는 위와 같이 익숙한 화면과 잡음이 나타난다.<br />
무심코 바라보는 저 화면 속의 무질서한 잔상들... 그러나<br />
그 잔상들 중 1%는 바로 137억년 전 우주가 남긴 화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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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과학적 사실이지만 40년 전만 하더라도 소위 ‘빅뱅’이론은 검증이 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기 쉬웠던 이론이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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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그 논쟁의 가운데는 불세출의 과학자 조지 가모브와 프레드 호일이 있었다. 가모브는 우주가 하나의 작은 점에서 출발하여 큰 폭발을 거쳐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는 빅뱅이론을 주장했다. 반면 호일은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불멸의 존재라는 신념하에 정상상태이론을 주장했던 학자였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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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모브의 이론은 굉장히 독창적이었다.<br />
그는 초기 우주가 엄청난 밀도의 초고온 상태로 한 점에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고온 상태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. 그리고 더 나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‘빅뱅’즉 대폭발에 의해 그 안의 열에너지의 여파가 오늘날까지 복사에너지의 형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. 그러나 호일을 비롯한 주류 과학자들은 일런 빅뱅이론에 대해 일종의 혐오를 느낀 것처럼 그 당시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은 정적이고 균일하며 영원한 우주를 선호했다. 결정적으로 호일은 BBC라디오 강연 들을 통해 그 특유의 언변과 함께 자신의 정상상태이론을 우위에 점하기 시작한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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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65년 두 젊은 천문학자 펜지어스와 윌신은 뉴저지의 라디오 망원경을 사용할 방법을 연구하다 이상한 잡음을 포착하게 된다. 이 잡음은 특정한 곳, 특정한 시간에 잡혔던 것이 아니라 모든 방향에서 매우 균일하게 잡히고 있었다. 둘은 회로를 점검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심지어 새똥까지 치워봤지만 결과는 같았다.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.<br />
특정한 별이나 은하단에서 날아오는 전파가 아닌 별이 있는 쪽, 별이 없는 쪽 모두에 상관없이 동일한 강도의 전파가 감지되었던 것이다.<br />
그것은 바로 1948년 조지 가모브가 예견했던 마이크로파배경복사였다. 가모브가 주장했던 초기 우주의 대폭발로 인한 열에너지의 잔해가 그들에 의해 매우 우연히도 발견이 된 것이다.<br />
가모브 그 자신은 굳은 신념으로 그 잔해가 오늘날 분명 우리 주위에 맴돌고 있을 거라 믿었지만 당시의 낙후된 장비로 포착할 수 없었던 그 ‘증거’를 20여년이 지난 후 무명의 두 천문학자에 의해 발견이 된 것이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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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마이크로파배경복사의 관측은 단 한방에 정상상태이론을 무너뜨렸다. 그 온도는 가모브가 예측했던 것과 거의 비슷했으며 분포 역시 그가 주장한대로 골고루 퍼져 있었다. 엉뚱한 곳에서 관측된 이 배경복사로 인해 우주는 ‘빅뱅’이라는 하나의 진실된 역사를 비로소 갖게 된 것이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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뉴턴, 아인슈타인, 호일 그리고 수천년 동안 인간이 당연시 하던 ‘정적이고 영원한 우주’가 바로 이 우주배경복사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.<br />
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우주배경복사는 마이크로파의 형태를 띠고 있다. 쉽게 말해 전파의 형태를 띠고 있다. 초기 우주는 엄청난 고온의 상태였기 때문에 원자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그 형태를 이룰 수가 없었다. 즉, 전자들이 원자에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공간을 떠돌아 다니게 되고 이때의 빛은 직진하지 못하고 전자에 의해 흡수된다.<br />
그러나 빅뱅 후 38만년이 흐르고 우주의 온도가 절대온도 3000K까지 떨어지게 되면 원자는 안정적으로 그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. 즉, 전자의 구속이 되는 것이다. 비로소 빛이 전자에 억압받지 않고 먼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.<br />
바로 이 때 방출된 복사파가 ‘우주배경복사’ 즉 마이크로배경복사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퍼져 있는 것이다.<br />
(복사, 빛, 복사파 등의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그냥 ‘빛’이라고 통일해서 생각해도 될 듯하다. 그 초창기 빛의 형태가 지금의 우리에게 전파의 형태로 남아있다고 생각해야 한다.)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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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주위에 보이지 않는 전파의 형태로 무려 137억년 전 우주가 남긴 에너지의 잔해가 남겨져 있던 것이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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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더 쉽게 비유를 통해 설명을 해보자면...<br />
(부득이하게 구슬과 방안 두 공간으로 나누었다. 복사와 열전도의 개념차이 때문에 적절한 비유는 아니라고 여겨지나 쉬운 이해를 위해선 도움이 될 듯하다.)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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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작은 구슬이 있다.<br />
-> 빅뱅 직전의 우주<br />
2. 구슬안에는 뜨거운 공기가 압축되어 있다.<br />
-> 빅뱅 직전 우주의 뜨거운 상태<br />
3. 구슬이 터진다.<br />
-> 빅뱅<br />
4. 그 안의 뜨거운 공기가 방 안으로 퍼진다.<br />
->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온도 하강, 열 복사 전달<br />
5. 방 모서리에 그 뜨거운 공기가 전달된다.<br />
->137억년 뒤 우리가 감지하는 우주 배경복사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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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로 이 뜨거운 공기가 현재 우리가 감지하는 137억년 전의 우주 배경복사인 것이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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까만 밤하늘 위에 간혹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 사람들은 종종<br />
‘저 별은 3만년 전 모습이겠지’라는 나름대로의 과학적인 상념에 젖고는 한다.<br />
그러나 그렇게 밝게 빛나는 별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, 고요한 어둠의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떠돌고 있는, 깊은 새벽 졸다 잠든 나의 앞에 홀로 지직거리고 있는 TV화면속의 ‘우주배경복사’야말로 우리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화석이 아닐까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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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리지 않는 창조의 메아리는 137억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.<br /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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