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버지
작성 2003-06-29T00:51:04 (수정됨)
방에 들어서자 하얗게 새어버린<br />
머리칼이 눈앞에 들어선다.<br />
<br />
참 젊어 보이셨는데<br />
오랜만이라 그런지<br />
왠지 왜소하고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.<br />
<br />
한참을 계시더니<br />
염색을 하자신다.<br />
<br />
어머니께 부탁을 하니<br />
염색은 무슨 염색이냐고 하신다며<br />
나에게 부탁하셨다.<br />
<br />
신문지를 바닥에 깔고<br />
두 장은 목 주위를 돌리려<br />
북 찢어 집게로 고정한다.<br />
그리고 아래로부터 골고루<br />
칫솔에 뭍힌 염색약을 가지고 위로 올리며 빗는다.<br />
<br />
조금 마음이 아프다.<br />
그냥 볼 때는 몰랐는데<br />
아버지 머리칼이 머리숱이 많이 없으시다.<br />
<br />
나이가 들면<br />
머리가 햐얗게 세고<br />
왜소해 진다는 것은 늘 변함 없는 사실이지만<br />
그냥 볼 때 느낄 수 없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왠지 아프다.<br />
<br />
염색을 하기전<br />
귓가에 로션 따위를 바르셨는데<br />
염색한 머리를 감은 후<br />
염색약이 묻었다며 투정이시다.<br />
<br />
꼭 이럴 때 보면 아이 같다.<br />
휴지 조각을 얼마간 떼어 놓은 후<br />
로션 약간으로 문질러 보지만 될리가 만무하다.<br />
<br />
그렇게 하다가<br />
"이 정도면 사람들이 몰라 보겠네요."라고 <br />
말하고 나서야 안심이시다.<br />
<br />
젊은 사람의 시선으로야<br />
늙은이들이 무슨 외양이냐지만<br />
새삼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.<br />
<br />
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데 과연 나도 그럴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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